In Korea/자전거 국토종주

영산강 섬진강 자전거 여행 - 2일차

을복씨 2022. 11. 7. 14:04

2일차

-나주시 > 담양군 > 영산강-섬진강 연결도로 > 곡성군

-약 100km

 

 가장 힘들다는 2일차, 거기다 잠도 2시간 반 정도 자니 너무 피곤했다. 밤에 잠이 너무 안와서 점심시간에 어디 마을에 도착해서 밥을 먹고 저녁 즈음에는 모텔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는지 시간계산을 했다. 

계산대로라면

8시-9시 라이딩 후 아침 나주곰탕

9시-12시 라이딩 후 담양도착 점심 해결

14시-18시 라이딩 후 곡성군 도착

이렇게 되어야 했다. 야간라이딩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고 버프가 없었기에 햇살이 가장 뜨거운 12시에서 14시까지는 쉬는걸로 정했다. 몸 상태가 아무리 나쁘더라도 7시간동안 100km는 충분히 할만하다. 전날의 로그를 보니 거리가 어떻든 평속 20km는 찍혔기에 여유롭게 일정을 잡았다.

 

정말 피곤했지만, 아침의 차가운 공기를 맞으니 잠이 깼다. 인터넷으로 찾은 나주곰탕 가게는 60년 원조 어디였는데, 가장 평이 많은 곰탕집은 점원이 불친절하다는 말에 그냥 60년 원조집에 갔다. 그곳의 내부는 정말 넓었다. 이른 아침이라 손님은 없었고 할머니 2분께서 일을 하고 계셨다. 주문을 받는 할머니는 전라도 사투리가 그렇게 세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몇마디 안하셔서 그런가? 기왕온거 일반곰탕 대신 수육곰탕을 주문했다.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곰탕이 나왔는데 국물이 투명한것이 삼삼한 맛일거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고기도 처음보는 비주얼이라 식욕이 돋아나질 않았다. 넓적하고 두꺼운데 중간중간에 젤같은게 박혀있어서 그런 것 같다. 별 기대없이 국물을 한입 떠먹었는데, 놀랐다. 투명한 국물색과 달리 맛이 정말 진하고 깊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부산의 국밥은 비빌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고기또한 퍽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순식간에 한 그릇을 완전히 비워내고 후식으로 옆에 있던 목포왕꽈배기에 들러 빵을 먹었다. 빵도 정말 쫄깃하고 따뜻하니 맛있었다. 몸의 피로를 씻어낼 정도의 맛있음을 아침부터 느껴서 출발이 가볍게 느껴졌다.

진짜 맛있었다..

 하지만, 길은 가면 갈수록 더러워지고 묘한 오르막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페달이 정말 무겁게 느껴졌다. 최악이었다. 자전거 도로는 박살이 나있어 옆에 국도를 타려고해도 국도역시 마찬가지의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냥 버티는 수 밖에 없었다. 또다시 펑크가 날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에 빨리 가지도 못하고 로드라 충격을 흡수하지를 못해 자전거가 엄청 덜덜 떨렸다. 그래도 광주까지 가면, 그곳은 광역시라 좀 괜찮겠지라는 심정으로 버티고 버텼다. 하지만, 광역시라도 도로사정은 마찬가지였고 페달을 밟아도 뒤에서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너무 힘들었다.

도로가 너무 거칠다
곧게 뻗어 예쁘지만, 비포장도로라 거칠다

특이하게도 광주는 도시 바로 옆에 공항이 있어 비행기의 이착륙소리가 자전거도로에서도 굉장히 잘 들렸는데, 문제는 공군과 같이 이용하는 공항이라 제트기 특유의 찢어지는 듯한 엔진소리가 귀를 때렸다. 평소같았으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리라 몇분이고 앉아서 구경했을텐데 이날만큼은 듣기싫은 소음이었다. 그 정도로 힘들었다.  죽고살기로 밟았고 너무 지쳐 30분 밟고 20분 쉬고 그랬던 것 같다. 시간을 보지않아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렇게 엄청 진이 빠진 상태로 담양에 겨우 도착했다.

광주광역시 자전거 도로 옆에 있던 핑크뮬리. 옆에는 공항이 있어 시끄러웠다
유일하게 좋았던 뜬금없이 나타난 다리. 옆에있는 초록색들이 전부 부레옥잠이다.

 담양은 정말 예쁜 동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정돈되고 꾸며진 도시였다. 뭔가 아기자기하고

저기 보이는 강과 다리가 위의 사진 속 다리이다.

다른 오래된 군과는 다르게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도로와 인도가 깔끔했고 큰 가로수가 심어져있어 도로에는 그늘이 져 시원하고 서울의 가로수길 같다는 인상이 들었다. 그리고 오래된 건물들은 외벽을 새로 칠하거나 리모델링이 되어있었고 무엇보다 간판들이 깔끔하니 예뻤다. 이전에 오래된 간판들을 정부에서 바꿔준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이것도 그 정책의 결과물인가 싶었다. 전주의 한옥마을이 만들어진 테마도시라면 담양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예쁜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 오마이밥에 들러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옆에 있는 카페로 갔다. 점심을 너무 배부르게 먹어서 커피는 패스하고 싶었지만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어딘가에서 쉬어야만 했다. 그렇게 들어간 카페는 정말 예뻤다.

배부르게 먹었던 밥집

카페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점심먹은 곳 바로 옆인데다 근처에 경쟁이 될 만한 카페도 없었기에 그냥 그곳에 들어갔다. 꾀쬐쬐한 차림으로 들어가기 민망할 정도로 겉모습은 클래식한 모습이었어서 고민을 좀 했다... 아무튼 들어가니 내부는 정말 잘 꾸며져있었다. 가장 유심히 보는 화장실 또한 깨끗하고 넓고 향기가 나고 좋았다. 같이 온 사람도 없고 휴대폰은 배터리때문에 뭘 보지도 못하고 그냥 멍때리다 몇분 졸았기 때문에 커피맛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대표메뉴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일반적인 바닐라라떼 맛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한참을 쉬다가 3시쯤 되어 출발했다. 예정보다 1시간 늦었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잘 꾸몄다.

담양에는 영산강 자전거 길을 끝까지 갈지 아니면 옆의 샛길을 통해 섬진강 자전거 길로 갈지 선택할 수 있는 갈림길이 있었다. 영산강의 끝까지 갔다가 섬진강의 시작지점으로 가보고는 싶었지만, 그렇게하기에는 체력도 달리고 어떻게 가야하는 지 몰랐기 때문에 그냥 사전에 조사한대로 샛길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인증수첩도 없었기에마음에 걸리는거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었다. 여태까지의 자전거도로는 몇킬로미터나 쭉 뻗어나있고 주변에 산과 비닐하우스들이 간간히 보였다면 이번 샛길은 마을을 통해 가는 거라 느낌이 색달랐다. 그래서 간만에 설레는 기분으로 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큰 언덕을 넘어야했는데, 그곳에 전북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표지판이 있었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처럼 그 표지판이 있는 언덕을 넘으니 그때부터 쭈-욱 내리막길만이 있었다. 그 샛길의 끝까지 말이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내리막길만 가니 정말 행복했다. 만화처럼 전북에 온걸 환영한다는 표지판을 지나자마자 시작된 내리막길이었기 때문에 난 정말 전북이 좋아졌다. 진심으로! 여태까지는 페달이 정말 무거웠는데, 그 언덕을 지나는 순간부터는 페달링이 너무 가벼워져서 체력을 안배하면서 높은 속도를 유지하며 갈 수 있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그 풍경들!! 어떻게 전남과 전북이 그렇게 다른지.. 같은 시골이었지만 전북의 풍경은 뭔가 분위기가 다른 느낌이다. 굉장히 멋져서 눈을 잠시도 떼지를 못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영산강 섬진강 연결도로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섬진강에 들어섰다. 행복한 마음으로 도착한 섬진강은 나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 풍경들, 가벼운 페달링, 중간중간 있는 크고 멋진 다리들과 동굴길까지, 정말이지 완벽한 곳이었다. 

애옹쓰
페달링이 너무 가벼워 쉬지도 않고 갔다.

자전거여행을 떠나기 전, 나무위키에서 자전거도로에 관한 정보를 얻었는데, 섬진강 자전거길이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길이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얼마 후,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있을때 문득 그 글을 본 것이 떠올랐다. 정말 이 정도면 그런 타이틀을 얻을 자격이 된다고 생각했다. 완벽한 곳이었다. 은은한 내리막이라 페달은 가볍고 풍경은 끝내주고 자전거 도로도 너무 잘 포장되어 있고... 마음이 가벼워지니 몸도 가벼워져서 어느순간부터 안장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댄싱으로 리듬을 타면서 가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댄싱으로 속도를 빠짝 올린다음 자전거에서 서서 주변을 구경하면서 가는 것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힘들지 않았다. 비록 한시간 예정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정해진 시간에 곡성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정말 잘 포장된 도로. 너무 부드러워 승차감이 끝내줬다.
내부가 너무 시원해서 에어컨을 킨듯했다.
그냥 미쵸따. 내 사진실력이 풍경을 못담는게 정말 아쉽다.

곡성은 영화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제법 큰 도시였다. 운 좋게도 마지막 남은 모텔방을 체크인할 수 있었고 바로 옆에 있는 치킨집에서 뿌링클을 먹고난 후 10시간 넘게 정신없이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