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Korea/자전거 국토종주

국토종주 자전거여행 - 1일차

을복씨 2022. 11. 30. 14:58

국토종주 1일차

-낙동강 하굿둑 인증센터 ~  양산 물 문화관 인증센터 > 하남읍

-약 70km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국토종주를 이번에 시간이 나서 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영산강 섬진강에서 돌아온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아서 지금 가야되나 싶었는데 지금이 아니면 훨씬 더 추운 겨울에 해야만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조금이라도 더 따듯한 가을에 하기로 했다. 짐은 예전과 동일하게 쌌다. 이번에는 저번에 구매한 인증수첩도 가져간다! 다만 예전 영산강 종주때 펑크가 났었던 튜브를 메우러 자전거 수리점에 갔는데, 할아버지가 그 구멍을 메우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됬는지 안됬는지 모르겄네~ 하시는 거다. 그래서 이게 뭐지 싶은 표정으로 있으니 할머니께서 원래 로드바이크같은 얇은 튜브는 펑크나면 교체하는 거라고 설명을 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그 사실을 미리 알았으면 그냥 하나 사는건데...

 그렇게 준비물들을 다 챙기고 이번엔 벌레 안먹으려고 바프도 샀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을숙도 공영주차장에 차를 예쁘게 주차하고 출발했다. 나중에 이 공영주차장이 내 발목을 잡을 줄은 꿈에도 모른채로 말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늦은 출발이다. 전날 초등임용을 치른 친구와 다른 친구들과 모여 오랜만에 회포를 풀어 늦게 잔 덕이다. 약 2시쯤에 출발했다. 문제는 밥도 안 먹은 상태여서 공복상태로 몇십키로를 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좀 달리다가 옆에 보이는 국밥집에서 얼큰국밥 한그릇을 먹고 옆에 있던 편의점에서 보급을 하고 출발했다. 해가 지는 시간은 약 6시 내외이고, 오늘의 목표지점은 남지읍 이었기에 야간라이딩은 필수였다. 하.. 다시는 하고싶지 않았는데. 늦게 출발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달리는 도로 옆으로 화명이랑 금곡이 보였다. 달리는 거의 내내 옆에 대도시가 있어 왠지 모르게 심적으로 안심이 되었다. 그러다가 내비에서 다리를 건너 강 반대편 지점으로 가야한다고 안내를 해줬는데, 달리는 그 흐름을 깨기 싫었고 달리다보면 또 다리가 나오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계속 달렸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뒤늦게 인증센터를 깨닫고 검색을 해보니 세상에 강 건너편에 있었고, 주변의 다리들은 고속도로 다리라서 자전거가 갈 수 있는 다리는 아까 한참전에 안내받았던 그 다리 뿐이었다. 하.... 진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나쁜말을 속으로 내뱉으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안 그래도 좀 있으면 해가 지는데 여기서 시간과 체력을 허무하게 날렸다는 생각에 너무 열이 받았다. 그래서 다시는 내비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니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예쁜 카페도 봤다. 다음에 여기에 오고싶어 사진을 찍어두었다. 그리고 을숙도 다음으로 맞이하는 <양산 물 문화관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옆의 갈대밭에서 인위적인 소리가 들려 살펴보니 참새들이었다. 소리가 꽤나 커서 고양이인가 싶었는데 참새가 살짝만 움직여도 갈대에서 꽤나 큰 소리가 났다. 좀 귀여웠다. 그렇게 도장을 찍는데, 위의 언덕길에서 한 여성라이더가 흣차!하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내려와 내 옆을 지나쳤는데, 그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꽤나 비싸보이는 빕과 유니폼에 선글라스에 날카로워보이는 헬멧까지.. 예전에는 그렇게 멋지게 입은 라이더들을 봐도 별 느낌이 안들었는데 역시 그때의 분위기가 한몫했다. 이때부터 장비에 대한 욕심이 조금씩 생겨났다. 

 

 

그 인증센터에는 앞으로 2km 구간은 아름다운 자전거길 10 에 선정되었다고 자랑글이 적혀있었다. 그래봤자 섬진강 아래지 라는 생각으로 갔는데, 왜 선정되었는지 알것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때 해가 질 무렵이라 노을이 져서 더욱 아름다웠고 바로 옆에는 기차길이 있어 간혹 기차도 다녔는데 그것도 멋진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경치는 끝내줬지만 해가 진다는 것은 나쁜 소식이었다 남지까지 한참이 남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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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웠다만 양날의 검이다. 곧 어두컴컴해진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그렇게 다시 어두운 길을 뚫고 달리다 삼랑진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저녁을 해결해야했기에 밥집을 검색해봤는데 중국집이 있길래 그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검색한 곳 바로옆에 큰 규모의 삼랑'진짬뽕'이라는 킹받는 자장면집이 하나 있었다. 이름짓는 센스가 남달라서 검색해보니 글쎄 평이 400개가 넘어가는 맛집이었다. 그래서 이게 왠 횡재냐하며 그곳에서 짜장면을 먹었다. 곱빼기를 시켰는데 양이 처음에 2인분인줄 알았다. 너무 많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남겼다. 맛은 일반적인 짜장면 집의 맛이었다만 면이 좀더 탱글탱글했다. 

 

내 손보다 큰 그릇..그릇의 높이도 상당했다. 내손은 꽤 큰편이다.

 

맛있게 밥을 먹고 해가 완전히 진 자전거길을 다시 달렸다. 그런데 몹시 추웠다. 말도 안되게 추웠다. 분명 저번에는 안 이랬는데.. 불과 2주전만해도 밤에는 따뜻했는데 지금은 너무너무 추워서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때 내 차림새는 반팔 반바지였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남지까지  가는 것은 포기하고 한시간 거리에 하남읍이 있어 그곳까지만 좀 참고 가기로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이 날이 화요일이었으니 반드시 토요일까지는 도착해야했기에 4박5일 밖에 없었다. 그래서 추워도 조금만 참고 가기로 했다. 다행히 밥을 먹은 상태라 너무 춥긴했지만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가는 길에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와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상대방이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 그래서 촉이 확 왔다. 아 이거 주차때문이구나..! 내가 이런 상황이 생길까봐, 혹시라도 돌아가야하는 상황이 올까봐 그렇게 공영주차장의 유의사항을 몇번이고 세세하게 확인한 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보고 분명히 확인했는데! 어째서 무슨 이유일까 궁금해서 대화를 해봤다. 알고보니 거기가 공영주차장은 맞는데 트럭과 버스를 주차하는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 차가 본인의 버스 주차를 방해한다고 빼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때는 너무 춥고 깜깜해서 경황이 없는데 상대가 나에게 뭐라고 하니 정신이 없어서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너무 늦었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고 자전거타고 되돌아가기엔 그 아저씨가 당장 주차하고 갈건데, 내 차를 막아버리고 간다고만 하니 방법이 없어 죄송하다고 하고 끊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분명 유의사항에는 그런 글을 못봤고 공영주차장이 아닌가? 버스전용 공영주차장이 있던가? 그렇다고 하기엔 나말고도 주차된 차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그 태도가 굉장히 화가나는 태도였다. 하지만 일단 길이 급해서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달렸다.

 

가는 길에 점점 업힐이 나오더니 내가 정말 제일 싫어하는 산을 타야만 하는 구간이 나왔다. 물론 낮에는 아름답지만, 밤에는 미치도록 스산하고 무섭다. 진짜 어두컴컴하고 멧돼지가 나올수도 있는 노릇이고.... 너무나도 끔찍한 코스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너무너무 타기가 싫었다. 그런데, 옆에, 정말 산길 바로 옆에 무슨 포토존? 카페같은게 있었다. 그래서 뭔가 싶어서 가보니 사람은 없고 잘 꾸며진 공간이었다. 이름은 '마사마사'였다. 오히려 사람이 없는데 불 켜져있고 하니 약간 디스토피아스러웠다. 그리고 옆에 동굴이 있었다. 와 세상에나! 지름길이었다. 너무 웃겼던게 여기 도착하기전에 길을 미리 보고있는데 누군가 이곳에 댓글로 "ㄹㅇ 지름길 좋아요" 라고 정확히 적어놔서 이게 무슨 뜻으로 적은 걸까 싶었는데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감사히 지름길을 탔다. 물론 동굴을 통과한 이후에 산길을 조금 타야만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단축시켜준게 어디인가. 하늘에 감사했다. 아니, 과학기술과 경남에서 이걸 기획한 분에게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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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하하

 

 그렇게 한시간 정도를 달려 하남읍 모텔에 도착했고 그곳에 욕조가 있어 따뜻한 물을 받아 반신욕을 했다. 그 순간은 행복했다. 따뜻한 물에 간식에 유튜브에.. 몸이 사르르 녹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푹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