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Korea/자전거 국토종주

영산강 섬진강 자전거 여행 - 1일차

을복씨 2022. 11. 4. 18:28

1일차

-기차타고 목포 도착

-목포역 > 목포 자연사 박물관 > 가람바이크 119 > 서브웨이 > 나주 

-약 75km

 

 내가 사는 지역에서 출발해 목포로 갈 수 있었지만,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여러가지 이유로 목포에서 출발해서 종주하는 경우를 봤기에 입문자인 나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다만, 목포로 가는 버스도 없고 기차도 하루에 한번 운행했기에 그걸 놓칠 수 없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다. 그럼에도 시간이 촉박해서 잠도 못깨고 밥도 못먹은 상태에서 엄청 밟아 겨우 기차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자전거 거치대가 있는 기차가 아니라서 접이식이거나 바퀴를 빼지 않는 이상 탈 수 없다고 승무원이 안내를 해주는 것이었다. 그 기차를 절대로 놓치면 안되었기에 안에서 빼겠다고 말씀드리고 겨우 탑승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린다ㅠㅠ 그렇게 바퀴를 분해해서 자전거를 구석에 놓아두고 약 4시간넘게 달려 목포역에 도착하였다. 내리자마자 들리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는 정말 신기했다. 태어나서 전주빼고는 전라도를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목포에서 튜브를 사고, 밥을 먹고 출발해야 했기에 인터넷에서 평이 좋았던 알톤자전거에 연락을 했다. 튜브가 있냐고 물어봤는데 점원이 정말 너무 불친절해서 그냥 가람바이크119에 가서 구매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자연사박물관도 있어서 들러 구경을 했다. 국내최대의 규모라는 이름에 걸맞게 내부의 시설도 정말 깔끔하고 실물 사이즈의 화석에 정말 놀랐다. 서울에 있는 자연사박물관도 가봤지만, 이 정도 규모는 아니었기에 목포에서 정말 실컷 구경했다. 그렇게 구경을 하고 가람바이크에 가려고 했는데 아뿔싸, 오던 길에 위치해있는게 아닌가.. 결국 왔던 길을 되돌아가 튜브를 구매했다. 근데 가게에 경찰이 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 주인과 손님과의 갈등으로 경찰까지 온 것이었다. 그래서 빨리 튜브를 구매해서 나왔다. 배가 고파 괜찮은 음식점을 검색해봤는데, 딱히 끌리는 게 없어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사먹었다. 그런데 점원의 사투리가 너무 강해서 말을 이해하질 못하고 몇번을 되물어보았다. 아무래도 전남의 끝자락에 위치해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밥을 먹고 물통에 물을 채우고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자연사박물관의 실사이즈 화석

 영산강의 시작지점은 정말 황홀한 뷰를 자랑했다. 늦게 출발한 덕에 노을진 하늘에 비치는 넓은 강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자전거 길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아 자유로움까지 오랜만에 맛볼 수 있었다. 그렇게 출발지점에서 인증수첩을 사려고 했는데 아뿔싸,,, 인증수첩을 판매하지 않았다. 당연히 출발지점이니 팔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때문에 발생한 참사였다. 하지만, 사실 큰 상관은 없었다. 경험이 중요하지 도장이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게 아쉽거나 하진 않았다. 

내 사진실력으로는 이 풍경을 담을 수 없었다

 처음엔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길도 정말 깔끔하고 좋아서 승차감 또한 상당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도시와 어느정도 멀어지니 점점 사람들도 적어지고 길도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그것마저 좋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시간이었다. 4시쯤 출발했기에 2시간 정도만 지나면 해가 져서 어두워질 예정이었기에 그전에 마을에 도착해야했지만, 2시간만에 갈 수 있는 모텔이 없었기에 반드시 야간라이딩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오히려 환영이다. 야간라이딩은 꼭 한번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 고된 야간라이딩을 하고나서 다시는 경험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6시쯤 되자 해도 지고 점점 추워지기 시작했다. 반팔 반바지에 보호대만 착용한 상태였기에 꽤나 추웠지만, 몸에 열이 많은 편이라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전조등과 휴대폰의 배터리였다. 내비를 켜놓으니 휴대폰의 배터리가 정말 쭉쭉 닳았다. 전조등도 여행전날에 택배로 도착했기때문에 충전을 해놓지 못해서 보조배터리로 충전을 해야만 했다. 정말 아직도 느끼는 것이지만 보조배터리가 정말 신의 한수였다. 가져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있으면 손해는 안보겠지라는 생각으로 들고 온것이였는데, 내 구원자가 될 줄이야... 정말 필수중에 필수 아이템이 분명하다

 

 영산강 자전거길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길이 정말 더러워졌다. 산길도 타야하고 인적드문 마을도 통과해야하고 무엇보다 도로에 가로등이 없었기때문에 전조등과 휴대폰은 필수중에 필수였다. 게다가 산길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밤이라 아무것도 안보이고 가로등도 없어서 전조등에 의지해서 산을 타야했는데 정말 을씨년스럽고 약간 무섭기까지 했다. 그래서 배터리가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노래는 틀고 갔다. 그렇게 하니까 한결 나았다.

 

마을을 통과할때는 정말 짜증이 났다. 마을 안에 길이 여러갈래로 나있었는데 내비가 길을 찾지 못했다. 가라는 방향으로 가면 길을 이탈했다고 하고 다시 되돌아가서 다른 길로 가면 또다시 길을 이탈했다고 하고.. 이 짓을 밤에 계속 반복하니 정말 짜증이 났다. 그러던 중 옆에서 사람이 걷는 소리가 나길래 빛을 비춰보니 엄청 거대한 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게 아닌가. 정말 놀랐다. 귀신은 별로 안무서웠는데 그 소들이 다 나를 보고있으니 약간 소름이 돋더라. 그래서 제발 내비야 작동해라 하며 속으로 빌었다. 그렇게 겨우 마을을 탈출하여 다시 끝없는 자전거 길을 전조등에 의지해 달렸다.

 

 그렇게 한참을 가니 정말 배가 고파왔다. 그래서 길 옆에 있는 쉼터에서 쉬기로 했다. 다만 가로등도 없고 전조등 배터리도 적어서 그냥 어두컴컴한 곳에서 쉬었다. 서브웨에서 주문하고 남은 것과 마카다미아 쿠키를 먹었는데, 양이 결코 적은게 아니었는데도 여전히 배가 고팠다. 이게 말로만 듣던 '봉크'인가 싶었다. 배는 고프지, 주변은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보이지, 갈길은 한참이지.. 정신병 걸릴 것 같았지만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사실 포기해도 뭐 할 수 있는게 없긴했다.. 되돌아갈수도 없고 주변에 쉴 마을도 없었기 때문에 119에 신고해서 도와달라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다시 한참을 가니 빛이 반짝이는 특이한 건물이 하나 덩그러니 있었다. 가장 가까운 도시는 나주였지만 아직 한참남았어서 나주의 건물은 아니었다. 가까이 가보니 레일바이크 건물이었고 그곳에 정말 다행히도 가로등이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가로등에 기분이 좋아져서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근처를 살펴봤다. 그런데 왠걸, 바로 옆에 주차장이 있고 사람의 소리가 들려서 그곳으로 가보니 캠핑장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벤치에 모여앉아 평화로운 휴식을 즐기고 있는게 아닌가! 몇시간만에 본 사람들이 반갑기도 하고 드디어 살았다는 안도감도 들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허무한 감정이 가장 크게 느껴졌다. 파병군인들처럼 전쟁터와 전역해서 돌아온 고향의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물론 난 목숨을 걸고 전쟁을 하진 않았지만..

 충분한 휴식후에 다시 자전거에 탔는데 승차감이 너무 이질적이라 설마?하며 타이어를 살펴봤는데 아니나다를까 뒷바퀴에 펑크가 나있었다. 한번도 펑크난 자전거를 고쳐본 적은 없지만, 유튜브 영상을 보며 겨우 고칠 수 있었다. 생전 처음해보는 일을 하고, 그것을 성공시키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취감을 맛봤다. 다만, 가로등이 있던 곳에서 펑크가 나 다행이지 만약 가로등이 없는 곳에서 그랬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자전거를 고쳤으니 다시 질주의 시간이다. 한참을 가니 배가 고파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주변의 어둠은 익숙해지기는 커녕 몸과 마음이 점점 지치기 시작하니 점점 무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정신을 다른데다 돌릴겸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했다. 처음에는 뿌링클을 먹고 싶었는데 극한의 배고픔이 오니까 밥을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삼겹살에 맥주 한잔 꼭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생각만으로 군침이 나는 상상을 하며 한참을 가니 드디어 마을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환호성을 질렀다. 정말이지 너무 행복하고 도시가 너무 반가웠다. 도착하자마자 눈에 보이는 모텔에 들어가 방을 잡고, 밥을 먹으러 나왔다. 그런데 이게 왠걸, 홍어집만 한 가득이었다. 게다가 도로에서는 홍어냄새인지 뭔지 정체모를 이상한 비린내가 났다.

 그래도 겨우 고깃집을 찾아 그곳에 들어갔다. 손님이 나밖에 없었는데 차림새도 비루하고 얼굴이며 머리카락이며 깔끔한데가 없고 말투도 경상도 사투리니 사장님이 신기한 눈치와 말투로 뭐하고 왔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고향은 부산이며 자전거 여행을 왔다고 말씀드리니 천천히 먹고 가라고 해주셨다. 하지만 배가 너무고파 허겁지겁 먹었다. 고기를 다 먹고도 모자라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도 2개 사먹었다. 정말 일이 많은 하루였다.

 

 그 고생을 했으니 잠을 푹 잘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아 2~3시간 정도 쪽잠을 자고 바로 일어나 다음 목표를 향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