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호주 워홀 비자 승인

을복씨 2022. 11. 30. 13:45

 드디어 워홀 비자 승인이 났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떠날 수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영어공부를 너무 안했다... 솔직히 거의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그냥 신청만 하고 여권 발급받고 신체검사 받는 정도... 

 여권은 생각보다 금방 발급이 되었다. 디자인이 예전이랑 확실히 달라졌더라. 지금의 디자인이 훨씬 깔끔하고 마음에 든다. 첫페이지는 플라스틱으로 되어있어 단단한데, 거기에 내 개인정보가 담겨져있다. 정말 마음에 든다. 포켓몬 도감같은 느낌? 다만 사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눈썹이 반드시 보여야하기에 앞머리를 강제로 들어올려 바보처럼 나왔다. 

 신체검사는 내 고향이 부산이기에 해운대 백병원에서 받았다. 간호사 친구의 워너비 병원이 해운대 백병원이라고 했다. 나도 말만 들어봤지 실제로 와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굉장히 규모가 컸고, 화려하면서도 뭔가 절제된 느낌이 있었다. 비자 신체검사는 예약을 반드시 해야했기에 기다리는 시간이 없어서 좋았다. 나 말고도 비자때문에 신검받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워홀 신검은 나 뿐이었고 대부분 유학비자때문에 온 사람들이었다. 복잡한 검사는 없었고 피도 안뽑았다. 다만 내 몸에 마약투여 흔적이 있는지 검사할땐 약간 충격을 받았다. 마약하러 가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그렇게 모든 신검을 받으니 결제까지 한시간도 안걸린듯 하다. 그날 저녁 친구와 수변공원에서 회와 파전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 이틀뒤에 비자승인 메일이 도착했다. 그제야 약간 실감이 났다. 그동안 말만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진짜 호주 정부로부터 승인메일이 오니 확 체감이 되었다. 불안감과 긴장감도 더 심화되었다. 왜냐하면 준비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취방의 물건도 그대로고 영어공부도 통 안하고.. 그냥 나사가 수십개가 빠져서 행복한 백수생활을 누렸다. 한 한달정도..? 물론 완벽한 백수는 아니었고 영어수업이랑 동아리 공연 준비, 과외 등.. 학교수업만 안나갔지 완전한 백수는 아니었다. 그래도 지난 일주일은 완벽한 백수였다. 과외도 그만두고 영어수업도 끝나고... 행복하긴 했는데 오랫동안은 못하겠더라.

 

 이제 늦어도 한달안에는 출국해서 호주에 있겠지. 그동안 자취방 물건도 정리하고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

그동안 심적으로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했다. 말이 잘 안통하는 곳에서 돈을 벌면서 살아야하고, 돈과 영어실력을 준비해서 미국으로 떠나 영주권을 신청하고 비행연습까지.. 이 모든게 사실 말이 안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 인생을 스스로 망치고 있다고도 느껴졌다. 조금만 버티면 초등교사가 될 수 있는데 내가 괜한짓을 하는건 아닐까, 너무 일을 홧김에 벌려놓은 건 아닐까, 그냥 내년학기에 바로 돌아와서 복학할까 등... 지금도 글을 쓰면서 몹시 불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비행기와 조종을 생각하면, 선글라스를 낀 기장이 멋지게 랜딩을 시키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뛴다. 이렇게 불안한 와중에도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마음한켠에 있다는 게 느껴진다. 이것만으로 가야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지구 반대편에 있다는데 한번 가봐야하지 않겠나?

 

 군대에 있을때도 전역보다는 당장 앞의 휴가를 기다리듯, 나도 마음도 가볍게 먹기로 했다. 걱정이 많은 성격이기도 하고 너무 불확실한 먼 미래까지 생각하니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어 한단계씩, 우선 호주에서 살면서 적응부터 해보기로 했다. 해외로 떠나는 나이가 늦으면 늦을수록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비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나도 이른나이는 결코 아니니 일단 적응부터 해야할 것이다. 그 다음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이번에 국토종주를 하면서 느낀게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쓰라고 만들었으면 한번쯤은 써봐야한다는 것이다. 약 600km의 긴 자전거길을 타면서 정말 대한민국은 크고 아름다운 나라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거기다 각 보, 댐마다 인증센터와 휴게소를 두어 도장을 찍을때마다 성취감도 느꼈다. 흔히말하는 도장찍는 재미를 맛봤다고 해야하나. 어느새부턴가 도장찍을 생각에 설레서 달리고 있더라. 그렇게 길고 긴 자전거길이었는데 관리가 잘 되어있고 풍경도 정말 아쉬운 지점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잘 닦여진 길인데, 국가에서 큰 돈을 들여 만들고 관리하고 있는데 한번도 안타보면 너무 손해하닌가 하는... 

 워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국가끼리 협약을 맺어 한번 와보라고 하는데 한번쯤은 가봐야하지 않을까

거기다 이건 나이제한도 있다. 자전거길은 아니지만. 그래서 사실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었기에 아니 꼭 가봐야만 했기에 그냥 지금 가는 거라고 생각하며 불안한 마음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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